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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수돗물 안심확인제’ 직접 받아보니

작성자
최**
등록일
2019-08-06
조회수
123
120번에 전화했다. ‘우리집 수돗물 안심확인제’를 신청하기 위해서다.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주니 며칠 내에 수도사업소에서 전화를 줄 거라 했다. 잠시 후, 아파트 안내 방송이다. 며칠 후 있을 물탱크 청소로 단수가 되니 사용할 물을 받아 두라는 내용이었다. 물탱크 청소 후 수돗물 수질 검사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은 늘 빗나간다.

수도사업소에서 방문 전화가 온 것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물탱크 청소 하루 전이다. 물탱크 청소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질 검사를 한다면 안 좋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었다. 살짝 불안했다.

지난 5월 30일, 인천 지역의 ‘붉은 수돗물’ 보도로 모두가 놀란 것이 사실이다. 다른 것도 아닌 먹는 물이 아닌가. 정부는 붉은 수돗물의 원인을 무리한 수돗물 공급체계 전환 때문이라 발표했다. 정수장의 급수구역을 평소보다 강한 유속으로 한 채 역방향으로 흘려보냈으며, 그 과정에서 바닥과 벽에 붙어 있는 물 때가 섞여 나왔다는 얘기다.

지난 6월 20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도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서울시는 다음 날, 매설된 지 46년이 지난 노후 수도관에서 외부의 충격으로 침전물이 떨어져 흘러나왔기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래동 일대의 수돗물 식수 사용 제한 권고는 22일 만인 지난 12일 해제됐다.

이쯤 되면 한 번쯤 우리 집 수돗물의 수질은 안전할까 궁금할 수 있다. 이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집 수돗물 안심확인제’를 신청하면 된다. 수돗물 수질이 궁금한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우리집 수돗물 안심확인제는, 5가지 항목의 수질 정보를 제공한다. 검사 항목은 탁도, 잔류 염소, ph(물의 산성, 알칼리성 상태), 수도관의 노후상태를 알아보는 철, 구리 수치다.

120번 다산콜센터로 신청한 다음 날, 두 명의 검사관이 집에 도착했다. 예전에 수돗물 수질 검사를 받아봤기에 간단하게 끝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장비가 많았다. 작은 병에 수돗물을 여러 차례 받는 것을 반복했다. 이는 몇 차례의 검사를 통해 평균치를 계산하기 위함이었다.

물에 시약을 넣고 테스트를 실시, 검사 결과가 나오면 다른 검사관이 받아 적었다. 검사 시간은 평소 15분에서 20분 가량이 소요된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수치는 염소 잔류량이었다. 0.1~0.3이 기준치이다. 그 이상 올라가면 소독은 잘 되지만 냄새가 날 수 있고, 그 이하로 내려가면 미생물이나 유해물질에 대한 소독을 잘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집 수돗물의 염소 수치는 0.13으로 정상 범위에 있다고 했다.

수돗물 검사 수치가 부적합할 시에는 2차로 검사를 실시한다. 일반 세균, 총대장균군, 대장균, 염소이온, 암모니아성 질소 등 5개 항목을 추가, 총 12개의 항목을 검사해 그 결과를 우편이나 온라인으로 알려준다.

같은 아파트라도 집집마다 수질 차이가 날 수도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배수관 사용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도 있었다. 오랫동안 집을 비워 물 사용량이 적은 집보다는,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하는 집의 수질이 더 깨끗할 수도 있지만, 아파트의 경우 같은 물탱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을 거라고 했다.

수돗물이 핑크빛으로 염산이 남아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으며, 염산의 수치는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수질의 차이는 아파트마다 다를 수도 있었다. 같은 저수장에서 물을 보내도 내부 배관의 종류나 노후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물탱크에 물을 가득 채워 놓은 채 사용하는 아파트 보다는 물탱크 없이 직수로 바로바로 사용하는 단독주택의 경우 더 수질이 좋을 수 있다. 아파트의 경우 소방용수로 채워 두어야 하는 물의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물탱크에 일정량의 물이 채워진 채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은 2015년부터 서울시내 전체 정수장에서 고도 정수처리를 하고 있으며, 97.7%의 수도관을 교체해 정수장에서 갓 생산한 수돗물은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노후된 수도관이나 물탱크 때문에 오염될 여지는 없지 않았다. 또한, 건물 내 낡은 수도관 교체는 주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수질 검사에서 문제점이 많은 아파트나 주택의 공용 상수도관은 지자체, 관할 수도사업소와 합의 후 교체 비용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 단 주민 찬반 투표를 통해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한, 지자체별로 1994년 4월 1일 이전의 아연도강관을 사용하고 있는 주택에 한해 수도관 교체 지원을 하고 있다.

현행 수도법에서는 대형건축물(아파트와 연면적 5000㎡이상 건축물 등)에 설치된 물탱크의 경우 6개월에 1회씩 청소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아파트의 경우 1년에 두 번 물탱크 청소를 하는데, 한 번은 수도사업소에 그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안심이 되는 제도였다.

검사관들은 가정에서 수돗물을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을 말해줬다. 초기 수돗물은 충분히 퇴수한 후 사용하라는 것이다. 수도를 틀면 처음엔 배수관에 머물던 물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과일을 씻거나, 차를 끓이거나 하는 등의 물은 무조건 찬물로 사용하는 것을 권했으며, 아리수를 더 맛있게 마시기 위해선 물을 받아 냉장고에 넣어두라고 했다. 수돗물은 10도에서 가장 맛있는 물맛을 낸다면서 말이다.

그 말은 어느 정도 증명이 됐다. 생수, 수돗물, 정수기 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 결과 가장 맛있는 물이 수돗물이라고 답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수돗물에서 뭔가 맛이 난다는 얘기였다.

검사관 두 분의 친절한 설명으로 수돗물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었다. 물탱크 청소 하루 전에 실시한 수돗물 검사가 꺼림직했지만 모든 항목이 기준 이내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집 수돗물 안심확인제는 120번(서울)이나 각 지역 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 또는 물사랑 홈페이지(https://ilovewater.or.kr) 등에서 신청할 수 있다. 우리 집 수돗물, 괜찮을까 궁금하다면 망설이지 말고 신청해 보자. 라면 물을 냄비에 받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http://www.korea.kr/news/reporterView.do?newsId=148861874&call_from=naver_news
정책기자 박은영 201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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