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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갑자 노파의 못말리는 호기심

부서
능동
작성자
수정일
2009-12-22
조회수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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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갑자 노파의 못말리는 호기심







“그까짓 인간세상의 노파 하나를 붙잡아 오지 못하다니, 네가 그러고도 저승사자라 할 수 있겠느냐? 저 자를 당장 감옥에 가두어라!”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염라대왕이 노발대발 호통을 쳤다. “대왕마마, 황공하옵니다. 소신을 용서하여 주소서, 그 노파는 얼마나 영악하고 꾀가 많은지 소인의 힘으로는 아무리 애를 써도 붙잡을 수 없었습니다.” 저승사자는 염라대왕 앞에서 쩔쩔매며 용서를 구했지만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대왕마마, 저를 보내 주십시오. 그 교활한 노파를 반드시 붙잡아 오겠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저승사자가 노파를 반드시 붙잡아 오겠다며 자원하고 나섰다. “그래, 네가 내려간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그동안 수십 명의 저승사자들이 큰소리치고 내려갔었지만 모두 실패했는데….” 염라대왕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소인에게 맡겨주시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 노파를 꼭 붙잡아 오겠습니다. 절대 대왕마마를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염라대왕은 여전히 믿기지 않았지만 일단 그를 내려 보내기로 했다. 이번에 자원한 이는 꾀가 많기로 소문난 저승사자여서 그를 한 번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아주 오랜 옛날, 지금의 송파구 탄천 근처에 염라대왕을 진노케 하고 저승사자들을 번번이 골탕 먹이며 삼천갑자가 넘는 오랜 세월을 살고 있는 노파가 있었다. ‘동방삭’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노파는 얼마나 꾀가 많고 영악한지 염라대왕이 보낸 저승사자들을 번번이 교묘하게 따돌리고 붙잡히지 않아 다른 사람들의 평균 수명보다 엄청나게 많은 세월을 살고 있었다. 염라대왕은 노파로 인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노파에게 정해진 수명은 불과 50년이었다. 그런데 저승사자들이 붙잡아 오지 못하는 통에 삼천갑자가 넘는 세월을 살고 있으니 염라대왕의 체면은 여지없이 땅에 떨어졌던 것이다.


인간 세상에 내려온 저승사자는 노파를 붙잡을 궁리를 하기 시작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노파는 저승사자들이 자신을 노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하며 방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여 저승사자는 우선 노파의 성격부터 파악하기로 했다. 백방으로 수소문한 결과 동방삭 노파는 아주 오랜 세월을 살아서 세상에서 모르는 것이 없고, 꾀가 많을 뿐만 아니라 호기심도 많다는 것이었다. 노파가 호기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저승사자는 “옳지 됐다!” 하고 무릎을 탁 쳤다.


저승사자는 다음날부터 어수룩한 모습으로 변장하고 근처를 흐르는 개울에 나가 검은 숯을 물에 씻기 시작했다. 물가에 시커먼 숯을 한 무더기 쌓아 놓고 흐르는 물에 씻는 것을 본 마을 사람들은 ‘미친 사람’이라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팔푼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왜 숯을 물에 씻느냐고 물으면 “제 아무리 시커먼 숯이라도 정성껏 계속 씻으면 하얗게 씻기지 않겠느냐?”고 대답했다. 저승사자가 날마다 개울에 나가 숯을 씻기 시작하자 개울물은 시커멓게 변했다.



소문은 노파에게까지 전해졌다. 노파는 처음에 소문을 듣고 “세상에 별 미친 사람이 다 있네.” 하고 흘려들었지만 숯 씻기가 며칠 동안이나 계속되자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본래부터 호기심이 많았던 노파는 한 번 궁금증이 발동하자 결국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도대체 어떤 작자이기에 시커먼 숯을 개울물에 하얗게 씻는단 말인가?” 노인은 결국 저승사자가 있는 개울로 찾아가게 되었다.

개울가에서는 듣던 대로 어수룩해 보이는 한 사람이 시커먼 숯을 한 무더기 쌓아놓고 숯덩이 하나를 물에 씻고 있었다. “이 바보 같은 사람아! 내가 삼천갑자를 살았어도 시커먼 숯을 하얗게 씻은 사람은 본 적이 없는데 무슨 미친 짓이야! 우히히. 호호호.” 살금살금 다가간 노파가 가소롭다는 듯 저승사자를 놀리며 웃어젖혔다. 그러나 바로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던 저승사자가 잽싸게 달려들어 노파를 붙잡고 말았다. 너무 오래 살아 영악하고 잔꾀가 많았던 노파도 호기심 때문에 저승사자의 꾀에 넘어가 결국 저승으로 붙잡혀가고 말았던 것이다.


탄천(炭川)은 한문자로 '숯 탄(炭), 내 천(川)' 자인데 우리말로 풀이하면 ‘숯내’다. 바로 삼천갑자를 산 동방삭 노파를 붙잡아간 저승사자가 ‘숯을 물에 씻은 내(개천)’에서 유래한 이름인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유래도 있다. 오랜 옛날부터 강원도에서 벌채되어 한강을 따라 뗏목으로 운반된 목재가 이곳에서 숯으로 구워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전설이 그것이다.


탄천을 찾은 날은 겨울 날씨가 포근하여 한강으로 흘러드는 하구에 낚시꾼들이 많았다. 하천변 자전거 도로엔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리는 시민들의 모습이 활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넓은 둔치는 대부분 주차장과 자동차 극장, 자동차 운전면허 시험장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주차해 놓은 차량들이 많았지만 물가에 서있는 갈대와 억새꽃들은 겨울 낭만을 물씬 풍기고 있는 풍경이었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시작하여 강남구 세곡동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탄천은 도중에 양재천과 세곡천, 그리고 여의천을 어우르는 길이 35.6km의 2급 지방하천이다. 삼천갑자를 넘겨 살았다는 동방삭 노파와 그를 붙잡기 위해 시커먼 숯을 흐르는 냇물에 씻었다는 꾀 많은 저승사자의 전설이 깃든 탄천은 오늘날 시민들의 건강을 다지는 체력단련과 낭만적인 쉼터로 멋진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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