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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의 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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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산수화 속에 나타난 광나루

천만년의 무게를 담고 고요히 흐르는 푸른 강물결 위로 돛단배 하나. 사공도 없이 뉘엿뉘엿 흘러가는 강물따라 약간씩 흔들리면서 내려간다.

아스라이 멀리 보이는 포구의 웅성거림, 푸른 물결 속에서 노니는 한가로운 물고기들, 강나루에 있는 연한 녹색 버드나무는 이제 물이 올라 늘어져 미풍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아차산의 깊은 그림자는 강물을 짙게 물들인다.

언젠가는 이러한 경치를 즐기며 여한없는 삶을 살고 싶다.

작은 채소밭 일구고 난 뒤 낚시 하나 등에 메고 초립 쓰고 강가로, 주변을 살피면서 오가는 동네 사람들 서로 인사한다. 강가에 나아가 낚시 길게 던지고 고기야 잡히든 말든 벌렁 뒤로 누워 초립으로 얼굴 가리고 한숨 자고나면 흔들리는 낚시줄 잡아챈다. 이 얼마나 한가한 풍경이랴!

비록 몽유도원 속에서 노닐지는 못하더라도 이 정도의 풍경은 누구나 그릴 수 있는 마음 속의 풍경이다. 이러한 심정을 잘 나타내고 있는 한 폭의 산수화가 검은 묵과 흰 종이의 여백을 통해 금방이라도 앞에 펼쳐질 듯하다.

이것이 바로 정선이 그리고 있는 '광진(廣津)'의 풍경인 것이다.

정선은 회화기법상으로 전통적 수묵화법이나 채색화의 맥을 이어 받기도 했지만 자기 나름대로의 필묵법을 개발하는데, 이것은 자연미의 특성을 깊이 관찰한 결과였다. 그는 조선시대의 어느 화가보다도 많은 작품을 남겼을 뿐 아니라 선비나 직업화가를 막론하고 크게 영향을 주어 겸재파 화법(謙齋派 畵法)이라 할 수 있는 한국 산수화의 흐름을 적어도 19세기 초반까지 이어가게 하였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자연에 대한 깊은 통찰과 그 만이 할 수 있는 필묵법을 통해 완성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광진'인 것이다. 당시 광진은 도성 안에서 살곶이다리를 거쳐 광진길을 따라 이르게 되는 강나루로,  여기서 배를 타야 강 건너 삼전도로 갈 수 있었다.

그가 그리고 있는 '광진'의 광경도 어쩌면 누군가 돛단배를 타고 있는 모습인지도 모른다. 이상향(理想鄕)의 존재하지 않는 산수를 그리는 것이 아닌 실제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산수를 하나의 붓으로 백색 화폭에 담고 있으면서도 꿈인 듯한 환상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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